오피니언
학교는 늘고 교실은 비어 간다
태국 국제학교 280곳 시대, 학부모가 숫자로 확인해야 할 세 가지
태국 국제학교 시장이 또 한 번 커졌다. 카시콘리서치센터(KResearch) 분석에 따르면 태국의 국제학교는 2022년 234곳에서 2026년 280곳으로 늘었고, 내년에는 293곳이 될 전망이다. 재학생도 같은 기간 6만6,352명에서 8만6,056명으로 늘었다. 업계 매출은 2022년 750억 바트에서 올해 1,280억 바트로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숫자만 보면 호황이다.
그런데 그 안을 들여다보면 다른 그림이 보인다. 올해 학교 수는 약 5.3% 늘었지만 학생 수 증가율은 3.8%에 그쳤다. 학교 한 곳당 평균 학생 수는 2024·2025년 312명에서 올해 307명, 내년 304명으로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학교가 학생보다 빨리 늘고 있다는 뜻이다. 전국 국제학교의 45% 이상이 방콕에 몰려 있다는 점을 생각하면, 수도권의 학생 유치 경쟁은 이 평균보다 더 치열할 수 있다. 반면 방콕 국제학교의 연평균 학비는 2025/26학년도 약 80만 바트에서 2026/27학년도 약 84만 바트로 5% 안팎 오를 전망이다. 학교는 많아지는데 학비는 내려가지 않는다.
태국에서 오래 사업을 해 온 사람의 눈으로 보면 낯익은 풍경이다. 공급이 수요보다 빨리 늘면 시장은 둘로 갈린다. 품질과 신뢰를 쌓은 곳은 가격을 지키고, 그렇지 못한 곳은 버티기 어려워진다. KResearch도 새로 문을 연 학교일수록 초기 투자 부담과 학생 모집 압박을 동시에 받는다고 짚었고, 매출이 늘어도 이익이 늘어난다는 보장은 없다고 경고했다. 교육은 제조업과 다르다. 공장은 문을 닫아도 재고를 정리하면 되지만, 학교가 흔들리면 아이의 학년과 친구와 교육과정이 함께 흔들린다.
그래서 태국 국제학교나 조기유학을 고민하는 학부모가 지금 살펴야 할 것은 세 가지다.
첫째, 학교의 '나이'와 '재정 체력'을 함께 본다. 개교한 지 얼마 안 된 학교가 나쁘다는 뜻은 아니다. 다만 학생 수 추이, 운영 주체, 시설 투자 계획을 학교에 직접 묻고, 설명이 분명한지 확인해야 한다. 정원 대비 실제 재학생 수는 꼭 물어볼 만한 질문이다.
둘째, 학비의 '총액'과 '인상 흐름'을 계산한다. 입학금, 시설비, 스쿨버스, 교재비, 방과후 활동비까지 더한 실제 연간 비용과 지난 몇 년간의 인상률을 받아 보고, 졸업까지 몇 년을 다닐지 곱해 봐야 한다. 올해 감당할 수 있는 학비와 5년 뒤에도 감당할 수 있는 학비는 다른 문제다.
셋째, 인증과 교육과정을 확인한다. 국제 인증기관의 인증 여부, 교사 이직률, 상급 학교 진학 실적은 광고 문구보다 정직한 지표다. 한국으로 돌아올 가능성이 있다면 학력 인정과 교육과정 연계도 미리 따져 봐야 한다.
정부와 업계에도 바라는 점이 있다. 학교 수가 빠르게 늘어나는 만큼 태국 교육 당국은 학교별 인가·인증 정보와 학비 공시를 학부모가 쉽게 비교할 수 있게 공개해 주기를 바란다. 학교들은 시설 경쟁보다 교사와 수업의 질로 경쟁해 주기를 바란다. 정보가 투명해야 시장도 건강해진다.
학교를 고르는 일은 몇 년의 학비를 결제하는 일이 아니라 한 아이의 몇 년을 맡기는 일이다. 선택지가 많아질수록 화려한 안내서보다 오래 지켜볼 수 있는 숫자를 믿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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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과 학교생활을 경험과 관점으로 나눕니다. 필자의 의견이며 학교 공식 발표와 구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