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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면을 끄면 보이는 것들

자카르타 한국학교·방콕 437개 학교로 번지는 '폰 끄고 수업'… 국제학교 학부모가 확인할 세 가지

김환 | SABOO Thailand 대표 ·

11월 3일, 인도네시아 자카르타한국학교가 7~12학년까지 넓힌 스마트폰 정책을 소개하는 기사가 나왔다. 등교하면 휴대전화를 걷고 오후 종례 뒤에 돌려주는 방식이다. 한 학급 시범 운영으로 시작해 학생 토론과 교사 토론을 차례로 거쳤고, 열흘간의 계도 기간을 둔 뒤 10월 1일부터 정식으로 시행했다. 이름은 '지금ON 프로젝트'다. 휴대전화는 끄고 지금 이 순간의 배움을 켜자는 뜻으로 읽힌다.

이 흐름은 한 학교만의 일이 아니다. 방콕시는 올해 5월 18일 새 학년도부터 시가 관할하는 학교 437곳에서 수업 중 휴대전화와 디지털 기기 사용을 제한했다. 'Phone Off, Learning On'이라는 이름 아래 학생은 수업 시간 동안 휴대전화를 교사에게 맡기고, 교사가 지도하는 학습에만 기기를 쓴다. 점심시간 같은 공용 공간을 디지털 프리 구역으로 정할 수 있게 했고, 사이버 괴롭힘 대응도 함께 넣었다. 한국은 2025년 8월 국회를 통과한 초·중등교육법 개정으로 올해 3월부터 수업 중 스마트기기 사용을 원칙적으로 금지했다. 교육 목적, 긴급 상황, 장애 학생의 보조기기 사용은 예외이고, 세부 기준은 학칙에 맡겼다. 유네스코 세계교육현황보고서에 따르면 국가 차원에서 학교 내 휴대전화를 금지한 교육 체계는 114곳, 전체 국가의 58%에 이른다. 태국은 일부 지방 당국이 제한을 도입한 나라로 분류된다.

태국 국제학교에 아이를 보내는 한국인 학부모에게 이 소식이 갖는 의미는 분명하다. 방콕시의 규정은 시 관할 학교에 적용되는 것이고, 한국의 법은 한국 안의 학교에 적용된다. 국제학교는 각자의 학칙으로 움직인다. 같은 방콕 안에서도 학교마다 기준이 다를 수 있다는 뜻이다. 휴대전화를 아예 걷는 학교가 있을 수 있고, 수업 중에는 노트북과 태블릿을 적극적으로 쓰게 하는 학교도 있을 수 있다. 어느 쪽이 옳다고 단정하기는 어렵다. 다만 기준이 불분명하면 그 빈자리를 가정이 혼자 메워야 한다.

학부모가 지금 확인해 둘 일은 세 가지다. 첫째, 학교의 기기 정책을 문서로 받아 보는 것이다. 휴대전화를 언제 걷고 언제 돌려주는지, 쉬는 시간과 점심시간에는 어떻게 하는지, 학교가 나눠 주거나 가져오게 하는 학습용 기기에는 어떤 관리 장치가 있는지 묻는다. 둘째, 비상 연락 경로다. 휴대전화를 맡긴 시간에 급한 일이 생기면 누구에게 어떻게 연락하는지, 하교 시간과 통학 차량 정보는 어떤 경로로 오는지 미리 정해 두어야 불안이 줄어든다. 셋째, 집의 규칙이다. 학교에서 휴대전화를 내려놓은 아이가 집에 와서 몇 시간씩 화면을 붙들고 있다면 학교의 노력은 반쪽이 된다. 잠들기 전 사용, 숙제 시간의 기기 사용을 아이와 함께 정해 두는 편이 낫다.

학교에는 바라는 점이 있다. 규칙을 정할 때 자카르타의 사례처럼 학생과 교사가 함께 이야기하는 과정을 거쳤으면 한다. 위에서 내려온 금지는 쉽게 빈틈을 찾게 만든다. 스스로 납득한 약속은 오래간다. 또 금지에서 그치지 말고, 화면을 언제 어떻게 쓰는 것이 좋은지 가르치는 시간을 교육과정 안에 마련해 주기를 바란다. 정부에는 국제학교와 사립학교에도 참고할 수 있는 지침과 사이버 안전 기준을 공개해 달라고 요청하고 싶다. 학교마다 처음부터 다시 고민하는 비용을 줄일 수 있다.

휴대전화를 끄는 일은 기술을 거부하는 일이 아니다. 아이가 하루 몇 시간만이라도 눈앞의 친구와 선생님, 책장 위의 문장에 온전히 머물 수 있게 하자는 것이다. 학비 고지서와 성적표만큼, 아이가 하루를 어떤 화면 앞에서 보내는지도 학부모가 물어야 할 질문이다.

출처

교육과 학교생활을 경험과 관점으로 나눕니다. 필자의 의견이며 학교 공식 발표와 구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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