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31 World Schools

오피니언

이름은 그대로, 주인은 바뀐다

태국 국제학교 인수·합병 잇따라… 학교의 주인이 바뀔 때 학부모가 확인할 세 가지

김환 | SABOO Thailand 대표 ·

태국 국제학교 시장에서 요즘 조용히 늘어나는 소식이 있다. 새 학교의 개교가 아니라, 이미 있던 학교의 주인이 바뀌는 일이다. 지난 9월 말레이시아계 교육 그룹 테일러스 스쿨스(Taylor's Schools)는 영국계 코그니타(Cognita)로부터 방콕과 동부 지역의 세인트앤드루스 국제학교 4개 캠퍼스를 인수했다. 그룹은 각 학교가 이름과 정체성, 기존 교직원을 그대로 유지한다고 밝혔다. 앞서 6월에는 국제학교 네트워크 ISP가 방콕 동부의 히스필드 국제학교(학생 약 400명)를 인수해 태국 내 네 번째 캠퍼스를 확보했다. 2025년에는 노드앵글리아가 리젠츠 국제학교 방콕을 사들였다.

배경은 숫자가 말해 준다. 카시콘리서치센터에 따르면 태국 국제학교는 2026년 280곳으로 늘었지만 학교당 평균 학생 수는 오히려 줄어드는 흐름이다. 방콕 국제학교의 평균 연간 학비는 2026/27학년도에 약 5% 오를 것으로 전망됐다. 한편 8월에는 방콕의 사립학교 네 곳이 경제 사정과 출생률 하락을 이유로 폐교를 신청했다는 보도도 나왔다. 학교가 늘수록 버티기 어려운 곳은 문을 닫고, 자본이 있는 그룹은 기존 학교를 사들인다. 시장이 재편되는 전형적인 모습이다.

학부모에게 이것은 좋은 소식일 수도, 불안한 소식일 수도 있다. 큰 그룹은 교사 연수, 시설 투자, 안정적인 재무를 가져올 수 있다. 반대로 경영 방침이 바뀌면 학비 구조, 교장과 핵심 교사, 학교 특유의 분위기가 몇 해에 걸쳐 달라질 수 있다. 인수 발표문의 "그대로 유지한다"는 말은 대개 첫 1~2년에 대한 약속이다. 아이의 학교생활은 그보다 길다. 인수 소식 자체를 두려워할 필요는 없지만, 막연히 안심할 이유도 없다.

그래서 지금 확인할 일이 있다. 첫째, 학교의 실제 운영 주체를 서류로 확인하는 것이다. 학교 이름이 같아도 소유 그룹이 바뀌었을 수 있다. 입학 상담이나 재등록 때 현재 소유 구조와 최근 변동 여부를 물어보고, 태국 교육부 인가와 국제 인증이 그대로 유지되는지도 함께 확인해야 한다.

둘째, 학비와 환불 조건의 변경 가능성을 미리 묻는 것이다. 다음 학년도 학비 인상 폭이 어떻게 정해지는지, 보증금과 선납금은 소유주가 바뀌어도 그대로 보호되는지, 커리큘럼이나 학년 편제가 바뀔 계획이 있는지 문서로 받아 두는 편이 좋다.

셋째, 사람의 변화를 지켜보는 것이다. 학교의 질은 결국 교사에게서 나온다. 인수 이후 교장과 담임, 교과 교사의 이동이 얼마나 있었는지, 교사 재계약률은 어떤지 학부모 모임이나 학교 설명회에서 차분히 확인할 필요가 있다.

학교와 정부에도 바라는 점이 있다. 학교는 소유 구조가 바뀌면 학부모에게 무엇이 유지되고 무엇이 바뀌는지 구체적으로, 그리고 일찍 알려야 한다. 태국 교육 당국은 국제학교의 소유권 변경, 폐교 신청 같은 정보를 학부모가 쉽게 찾아볼 수 있도록 공개하는 방안을 고민해 주었으면 한다. 학교가 시장에서 거래되는 시대라면, 그 정보도 시장만큼 투명해야 한다.

교문 위 이름은 그대로여도 주인은 바뀔 수 있다. 학부모가 볼 것은 간판 뒤에서 아이를 가르치는 사람과, 그 사람들을 지키려는 학교의 의지다.

출처

교육과 학교생활을 경험과 관점으로 나눕니다. 필자의 의견이며 학교 공식 발표와 구분합니다.

ThreadsFacebookLINE

← 목록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