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31 World Schools

오피니언

시험은 막았는데, 경쟁은 어디로 가나

한국 유아 레벨테스트 금지 시행, 해외 국제학교와 조기유학을 고민하는 가정이 따져 볼 것

김환 대표 ·

10월 1일부터 한국에서 미취학 아동을 대상으로 한 입학시험과 수준별 반 배정 시험이 전면 금지됐다. 정부는 9월 22일 국무회의에서 학원법 시행령 개정안을 의결했다. 필기뿐 아니라 구술, 면접, 실기까지 모두 막았고, 결과로 아이들을 줄 세우는 것도 처벌 대상이다. 과태료는 첫 위반 100만 원, 두 번째 200만 원, 세 번째부터 최대 300만 원이다. 입학 뒤에는 보호자 동의를 받아 놀이 관찰이나 상담 방식으로만 아이를 살필 수 있다. 이른바 '4세 고시', '7세 고시'를 겨냥한 조치다.

숫자를 보면 정부가 왜 나섰는지 짐작이 간다. 교육부가 처음 실시한 영유아 사교육비 조사에서 영어유치원으로 불리는 유아 대상 영어학원 월평균 비용은 154만 5천 원으로 모든 항목 중 가장 높았다. 최근 국회에 제출된 교육부 자료로는 이런 학원이 2021년 718곳에서 2025년 820곳으로 늘었고, 다니는 아이는 5만 명을 넘는다. 서울의 월 교습비는 평균 149만 원 수준이다.

이 규제는 한국 안의 학원에만 적용된다. 그래서 태국과 동남아에 사는 한국인 학부모, 그리고 조기유학을 저울질하는 가정이 따져 볼 대목이 생긴다. 한국에서 시험이 막히면 일부 수요가 해외 국제학교의 유치부나 조기유학으로 옮겨 갈 수 있다. 해외 국제학교 상당수는 입학 과정에서 영어 능력이나 발달 단계를 확인하는 절차를 두고 있다. 규제를 피하려 국경을 넘는다면 같은 경쟁을 더 비싼 값에 치르게 될 뿐이다.

학부모가 지금 할 수 있는 일은 세 가지다.

첫째, 결정의 출발점을 점검하는 것이다. "한국에서 못 하니 밖으로"라는 이유라면 멈추는 편이 낫다. 해외 교육은 학비만이 아니라 보호자의 체류 자격, 생활비, 환율, 귀국 뒤 학력 인정까지 한 묶음으로 계산해야 하는 장기 투자다. 사업에서도 규제를 피해 옮긴 공장은 대개 다른 비용을 떠안는다.

둘째, 학교를 볼 때 입학 평가를 무엇에 쓰는지 물어보는 것이다. 아이를 떨어뜨리기 위한 시험인지, 입학 뒤 영어 지원 수준을 정하기 위한 진단인지에 따라 학교의 교육관이 드러난다. 평가 결과를 부모에게 어떻게 설명하고 이후 수업에 어떻게 반영하는지 구체적으로 묻는 것이 좋다.

셋째, 해외에 사는 가정이라면 모국어를 따로 챙기는 것이다. 영어 몰입 환경에서 자라는 아이일수록 한국어로 생각하고 말하는 힘이 약해지기 쉽다. 두 언어 모두 얕아지면 학습의 기초가 흔들린다. 집에서 한국어 책을 함께 읽는 시간을 정해 두는 것만으로도 차이가 난다.

정부에 바라는 점도 분명하다. 시험을 막았다고 경쟁이 사라지지는 않는다. 관찰이나 상담이라는 이름으로 사실상의 선별이 이어지지 않는지 현장 점검이 꾸준해야 하고, 과태료가 수백만 원에 그쳐 비용 처리로 끝나지 않도록 효과를 살펴야 한다. 무엇보다 공립 유치원과 어린이집에서 양질의 영어 노출 기회를 넓혀야 학원 수요가 줄어든다. 해외로 나가는 가정을 위해서는 체류와 귀국 학력 인정에 관한 정보를 한곳에서 찾을 수 있게 정리해 주기를 바란다.

다섯 살 아이에게 필요한 것은 합격 통지가 아니다. 말을 즐기고 질문을 멈추지 않는 습관이다. 시험이 사라진 자리에 무엇을 채울지는 결국 부모의 몫이다.

출처

교육과 학교생활을 경험과 관점으로 나눕니다. 필자의 의견이며 학교 공식 발표와 구분합니다.

ThreadsFacebookLINE

← 목록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