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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간판은 하루, 학력은 몇 해

미인가 국제학교 97곳 적발 이후, 해외의 한국 학부모가 서류로 확인해야 할 것들

김환 대표 ·

이번 주 한국 신문에 인천 송도의 한 미인가 국제학교 이야기가 실렸다. 연간 학비가 2,400만~3,000만원인데, 교육청의 시정 요구 뒤 학원을 폐원하고도 학교처럼 수업을 이어 갔다고 한다. 건물 사용료가 밀려 퇴거 통보를 받았고, 등록금 환불이 여러 차례 미뤄져 법원에 지급명령을 신청한 학부모도 있다는 보도다.

한 곳의 일로 볼 수 없다. 교육부와 시도교육청이 지난겨울부터 미인가·미등록 교육시설 213곳을 점검했더니 미인가 국제학교만 97곳이었다. 정식 인가를 받은 외국인학교 38곳보다 두 배 이상 많다. 서울교육감은 이달 국정감사에서 서울에만 69곳이 있지만 폐쇄명령은 한 건도 내리지 않았다고 답했다. 법을 고쳐 폐쇄명령을 따르지 않는 시설에 이행강제금을 물릴 수 있게 했지만, 현장의 집행은 아직 더디다.

학부모 입장에서 핵심은 하나다. '국제학교'라는 간판은 누구나 걸 수 있지만, 학력은 아무나 인정받지 못한다. 미인가 시설에서 보낸 시간은 국내 학교로 돌아갈 때 학력으로 쳐주지 않는다. 결국 검정고시나 별도 평가를 거쳐야 한다. 시설이 갑자기 문을 닫으면 낸 학비를 돌려받기도 어렵다. 한 학부모 단체 설문에서 응답 가구의 82.6%가 폐쇄되면 마땅한 대안을 찾기 어렵다고 했다. 수천만원을 내고도 아이의 학적이 공중에 뜰 수 있다는 뜻이다.

해외라고 다르지 않다. 태국에서도 국제학교는 사립학교법에 따라 설립 허가를 받아야 하고, 교육부 산하 사립교육위원회(OPEC)가 인정한 해외 인증기관에 개교 후 1년 안에 가입해 5년 안에 정식 평가를 받아야 한다. 매년 자체평가 보고서도 낸다. 그러나 학교가 늘수록 과정이 진행 중인 신설 학교와, 학교라는 이름만 빌린 학원형 시설이 섞이기 마련이다. 사업에서 거래처를 고를 때 명함보다 사업자 등록 서류를 먼저 보는 것과 같은 이치다. 아이의 학교도 그래야 한다.

학부모가 지금 할 수 있는 일은 세 가지다.

첫째, 학교에 설립 허가증과 인증 현황을 서면으로 요청한다. 태국이라면 OPEC 허가 여부와 함께 WASC, CIS, NEASC, COBIS 같은 인정 인증기관의 회원·인증 단계를 확인하고, 그 기관 누리집에서 학교 이름을 직접 찾아본다. 홍보 책자의 로고만 믿을 일이 아니다.

둘째, 한국으로 돌아갈 가능성이 있다면 귀국 편입학 기준을 미리 맞춰 둔다. 서울시교육청 안내에 따르면 해당 국가가 인정한 정규학교에서 한 학기 이상 다닌 기간만 학력으로 인정되고, 어학연수나 개인 교습은 빠진다. 재학·성적 증명서는 학년마다 챙기고, 필요하면 영사확인이나 아포스티유를 받아 둔다. 졸업 때 몰아서 하려면 몇 배로 고생한다.

셋째, 학비는 한 해치를 한꺼번에 내기 전에 환불 규정과 납부처를 확인한다. 법인 명의 계좌인지, 중도 퇴학 때 얼마를 돌려받는지 계약서에 적혀 있어야 한다.

정부와 학교에도 바라는 점이 있다. 한국 교육부는 단속에 그치지 말고 미인가 시설의 명단과 학력 인정 여부를 학부모가 쉽게 찾아볼 수 있게 공개해야 한다. 재외공관과 교육원은 현지 인가 학교 목록과 귀국 학력 인정 절차를 한국어로 정리해 알려 주면 좋겠다. 국제학교들 역시 인증 단계와 재정 상태를 먼저 투명하게 밝히는 것이 결국 신뢰를 얻는 길이다.

학교 선택은 교육 철학의 문제이기 전에 서류의 문제다. 간판은 하루면 달지만, 학력은 다시 쌓는 데 몇 해가 걸린다.

출처

교육과 학교생활을 경험과 관점으로 나눕니다. 필자의 의견이며 학교 공식 발표와 구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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